“수행평가·세특이 문제?” 오히려 입시제도의 진화다

양희성 (커리어비타민 대표코치)

중앙일보 김성탁 논설위원은 최근 칼럼(「고교 수행평가·세특, 이대론 안 된다」, 2025.07.30)에서 수행평가와 학생부 세부능력특기사항(이하 ‘세특’) 제도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며, 사교육 의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행평가가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의 또 다른 경쟁 수단이 되었고, 결국 학부모와 사교육의 개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중요한 전제들을 간과하고 있으며, 현행 제도를 오해하거나 과거 회귀적 시각에서 판단하고 있다. 아래에서 이를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 1. 수행평가의 도입 목적을 잊었는가?

김 논설위원은 수행평가가 “내신 준비하랴 학원 다니랴 바쁜 수험생들에게 또 하나의 부담”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행평가는 단지 ‘또 하나의 시험’이 아니다. 이는 주입식·암기식 교육의 한계를 넘어, 학생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자료를 탐색하며 발표와 토론을 통해 표현하는 자기주도 학습을 키우기 위한 장치다.

수업의 방향을 바꾸는 시도는 결코 단기간의 편의로 평가할 수 없다. 단순히 부담을 이유로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다. 변화된 수업 현장을 ‘지옥’으로 표현한 시각은 지나치게 단선적이며, 오히려 교육 개혁의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2. 세특과 생기부는 이미 제한되고 있다

칼럼에서는 세특 작성이 과중하고, 사교육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미 교육부는 2019년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통해 학생부 항목의 상당 부분을 대입에 반영하지 않도록 개편하였다. 비교과 항목 중 자율동아리, 봉사활동, 독서 등은 사실상 반영되지 않으며, 세특 역시 과도한 부풀리기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표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든 학생이 학생부로 대입을 결정짓는 듯한 시각은 현장의 맥락을 무시한 과장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축소 또는 폐지론’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 3. 상위권 대학은 왜 ‘학종’을 선호하는가

논설에서는 “세특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하지만, 실제 상위권 대학은 학종을 통해 학생을 더 면밀하게 선발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는 수시 전형 전원을 학종으로만 선발한다. 이는 단지 성적이 아닌, 학업 역량·자기주도성·발전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보려는 대학의 선발 철학이다.

실제 대학 현장에서는 학종 출신 학생들의 자퇴율·전과율·대외활동 참여도·취업률 등에서 교과전형 출신보다 우수하다는 분석이 다수다. 즉, 학종은 대학이 필요로 하는 인재와 더 가까운 전형이다.


🧭 4. 시험 한 번으로 학창시절을 재단할 수 없다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는 오히려 공정성의 허상에 가깝다. 시험 한 번의 성적만으로 학업 역량, 성실성, 성장 가능성을 평가할 수 없다. 단일 시험은 변수에 취약하고, 장기적인 학습 태도와 다양성 있는 평가가 결여된다. 이런 점에서 학종과 수행평가는 대입 공정성의 ‘대안’이지 ‘문제’가 아니다.


💬 5. 사교육? 일부 사례로 전체를 판단하지 말라

학생부 컨설팅 비용이 2000만 원에 달한다는 일부 사례를 칼럼에서 소개했지만, 이는 극단적 예일 뿐이다. 전체 학생의 극소수에 해당하는 고비용 사교육 사례를 일반화하여 제도를 공격하는 것은 입시 담론의 왜곡을 초래한다.

학종을 제대로 준비하는 대다수 학생은 수업 참여, 수행평가, 독서, 탐구 활동 등 일상적인 학교 활동을 성실히 수행하며 학생부를 채운다. 시스템의 일부 문제를 제도 자체의 문제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 맺으며

학생부종합전형과 수행평가는 우리 교육이 ‘점수’에서 ‘사람’을 보려는 시도다. 일부의 왜곡과 남용은 제도의 보완으로 해결해야지, 제도 자체를 폐기하거나 퇴보시킬 명분은 되지 않는다.

교육은 단기적인 효율성이 아니라, 학생의 가능성과 미래를 여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되돌림이 아닌 성숙한 개선의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