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학생부 컨설팅, ‘교내 동아리 활동’도 컨설팅 받는다?

진로 설정→ 동아리개설→학생부 기록까지… 자율동아리 컨설팅 성행

경기도 구리시에 거주하는 고1 학부모 A 씨는 최근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대입 컨설팅 학원을 방문했다. A 씨가 컨설팅 학원을 방문한 이유는 자녀의 ‘교내 자율동아리 컨설팅’을 받기 위한 것. A 씨는 “내신 성적이 3등급 대인 자녀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하는데, 교내 자율동아리 활동만 잘하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충분히 서울권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동아리 컨설팅을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A 씨는 해당 학원의 컨설턴트로부터 “학생의 희망 대학 및 학과에 맞춰 어떤 자율동아리를 개설해야 할지에 대해 컨설팅 해준다. 만약 자녀의 진로가 명확하지 않다면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자녀가 선택할 수 있을 만한 진로나 학과를 몇 가지 제시한 뒤 그에 맞는 동아리를 개설하도록 하고, 해당 동아리에서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안해주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A 씨가 학원 수강을 결정하기 위해 1시간 동안 컨설턴트와 함께 자녀의 학생부를 살펴보는데 들어간 비용은 무려 24만 원. A 씨는 실제로 동아리를 개설하고 활동방향을 지도하는 정규 프로그램에 등록할 경우 4개월에 약 250만 원의 금액을 지불해야한다는 얘기를 듣고 등록을 망설이고 있다.
○ 학종 핵심 스펙 ‘자율동아리 활동’… “동아리, 개설부터 기록까지 책임져줍니다”
교내 동아리 개설도 컨설팅을 받는 시대가 왔다. 최근 서울 강남구 등 교육특구의 입시 컨설팅 학원을 중심으로 ‘교내 자율동아리 컨설팅’ 프로그램이 각광받는다. 자율동아리란 학교에 개설된 정규 동아리 외에 학생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 내용을 정해 스스로 동아리를 개설하고 주도적으로 활동을 수행하는 교내 동아리. 정규 동아리와 달리, 자율동아리는 학생이 직접 개설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에 옮기므로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할 때 ‘자기주도적인 인재’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핵심 스펙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런데, 모든 동아리 활동을 학생 스스로 계획․설계하는 자율동아리의 원래 취지와 달리 컨설팅 업체가 고액의 돈을 받고 자율동아리의 개설부터 운영까지 도맡는 새로운 형태의 컨설팅이 성행하는 것이다.
교내 자율동아리 컨설팅은 일반적으로 △어떤 콘셉트의 교내 동아리를 개설할 것인지 △동아리에서 월별로 어떤 활동을 수행해야 하는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지 △만들어낸 결과물을 학교 선생님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여드려야 학생부에 해당 활동 내역이 잘 기록될 수 있는지 △동아리 활동으로 산출된 결과물을 입시에 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등 동아리 개설부터 학생부 기재, 나아가 입시 활용까지 모두 챙겨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전공적합성, 자기주도성, 학업역량, 인성 등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원하는 지원자의 역량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므로 동아리 개설-활동 설계-결과물 산출의 모든 과정은 유기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이고도 전문적으로 진행된다.
서울 강남구에서 ‘교내 자율동아리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 입시 컨설팅 업체 원장은 “우리 학원에는 의학계열, 공학계열, 인문계열, 사회계열 등 분야별 전문 컨설턴트가 상주해 있어 그 어떤 곳보다도 전문적인 동아리 개설 및 활동 지도가 가능하다”면서 “일반고 내신 4~5등급 학생들도 내신의 불리함을 딛고, 차별화된 자율동아리 활동으로 자신의 장점을 어필해 서울권 대학에 진학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부모들은 “동아리 활동을 바탕으로 책을 출간한 학생이 서울 소재 명문대에 진학했다”거나 “내신 4등급 학생도 잘 만든 동아리 하나면 ‘인서울’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고 교내 자율동아리 활동 컨설팅 학원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 수백만 원 넘어가는 컨설팅 비용에도 학부모는 “입시에 곧바로 활용 되잖아요?” 
입시 컨설팅 업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런 ‘교내 자율동아리 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B 학원. 이 학원에서 교내 자율동아리 개설 및 활동과 관련된 컨설팅을 받으려면 360만 원에 달하는 돈을 내야 한다. 진로와 직결되는 동아리 콘셉트를 정한 뒤 학교에 자율동아리 신청서를 내는 것을 도와주고, 동아리 부원 모집을 위한 홍보 문구 및 피켓 제작에 도움을 주는 ‘동아리 개설 과정’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 밖에 B 학원의 전문가 그룹은 동아리에서 어떤 활동을 주로 해야 하며, 이 동아리 활동을 봉사활동 등 다른 창의적 체험활동과 어떻게 연계해야 하는지도 조언해준다. 뿐만 아니라 학생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점은 무엇인지도 체계적으로 정리하도록 도와준다. 해당 동아리 활동 내역이 학생부에 잘 기록될 수 있도록 학기 말에 동아리 담당 교사에게 제출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함이다.
B 학원 원장은 “학생이 동아리에서 애플리케이션 개발, 특허 출원 등의 심화 활동을 하고자 한다면 이 또한 지원해준다. 예를 들어 경영학과 진학을 꿈꾸는 학생에게는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을 개발할 수 있도록 특허 아이템을 만드는 과정을 지도한 뒤, 특허 등록까지 해주고, 교대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에겐 동아리에서 영어학습 앱을 개발하도록 한 뒤 그 결과물을 멘토링 봉사활동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식”이라면서 “이 같은 ‘진로 심화 동아리 활동’에 대한 컨설팅을 받으려면 별도로 300만원의 추가 금액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본적인 수강비 이외에 학생부 비교과 전반을 관리 받는 프로그램을 별도로 신청할 경우 한 달 4회 기준 80만원의 추가 비용도 발생하지만 학부모들은 거리낌이 없다.
한 학부모는 “자율동아리를 하나 개설하고, 운영하는데 비용이 300만 원이 넘지만, 사실 국어·영어·수학 단과 학원 하나를 몇 달 다니는 것과 비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이러한 주요 교과목은 단기간에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이 어려운데, 자율동아리 활동은 입시에 곧바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동아리 활동, 그 자체가 당락 가르진 않아
 
그렇다면 자율동아리를 개설하고, 주도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해야만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할 수 있을까?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학생부에 기재된 동아리 활동이 지원자의 학업역량을 보여주는 활동 중 하나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동아리 활동 그 자체가 당락을 좌우하진 않는다”면서 “동아리 활동은 학교 수업에서 충족하지 못한 지적호기심을 학생 스스로 충족해나가는 보완재의 역할을 하는데, 학생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수준의 활동은 진위여부를 의심하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1년 동안 수행한 자율동아리 활동 내역은 학생부에 500자 이내로 기록된다. 즉, 고액의 동아리 컨설팅을 받아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더라도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단 몇 줄에 불과하다는 것. 이 때문에 해당 기록이 학생의 우수성을 곧바로 드러낸다고 볼 순 없다고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지적한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전형연구센터 팀장은 “학생부에는 학생들의 학업역량과 전공적합성, 인성 등을 평가할 수 있는 10가지 항목이 있는데, 동아리 활동 내역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실제로 경희대는 학생부에 기재된 다양한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실제 입학한 학생들 중에는 동아리 활동 내역은 미비하지만 교과 활동 과정 중에서 자신의 우수성을 드러내 합격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 내역은 화려하지만 관련 진로 및 전공과 관련된 교과 성적은 부실하거나, 교과 활동 과정 중 학생의 학업 역량과 우수성을 드러내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 부실할 경우 동아리 활동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서울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서울대는 학생들의 학업역량을 중요하게 평가하는데, 동아리 활동은 자신의 학업성취 수준을 향상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었을 때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며 ”단순히 자율동아리에서 독특한 활동을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좋은 평가를 내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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